라이프로그


깝죽대다 읽거나 읽지못하거나

어제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다녀왔다. 내가 응시한 부문은 당연히 산문.

그렇다. 나는 10월초까지 교직과 전공시험 공부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고(백귀야행 제외) 어깨만 아프게 가방 속에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넣고 다녔으며, 어제까지 수필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래도 시험 보는 예의는 갖춰야하지 않나 싶었던 거다.

「나의 수필 작법」- 한국수필작가협회의 작가님들의 노하우가 있다.

「아름다운 우리 수필」- 인정받은, 널리 알려진 수필들이 수록되어있다.

「인생의 재발견 수필쓰기」-수필 작법이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어서 사실, 이 책 한권이면 수필형식에 관한 전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명수필2」- 법정스님, 김훈·이어령·박범신등의 소설작가를 비롯해 말 그대로 유명한 수필작가들의 명수필이 담겨져 있다.

「수필 어떻게 쓸까」- 이 책도 작법 설명이 잘 되어있지만, 「수필쓰기」가 더 최신작이라 그런지 구성이 좀 더 세련되고 보기 편리하게 되어있다.

빌려왔던 책들이 대략 그렇고 서서 읽은 책들도 있었지만, 일일이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백일장에서 즉석 추첨한 네 가지 제시어는 ‘거울, 변두리, 골목, 핸드백’이었다. 제시어로 변두리를 택했고 등에 박히는 살얼음스런 공기들과 대적하며 친구의 이야기를 써서 제출했다.

낮에 오리지날U님의 댓글을 쓸 때까지도 나는 ‘나의 실력 없음’이 낙선의 전적인 요인이라 생각했다. 또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은 장원들을 보면서 ‘서른 전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입신양명하기 어려움’이란 논리에 다시금 수긍하기도 했다. 또 비교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당선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꾸준함’등으로 유추하였다.

그런데, 어쨌든 꼴에는 낙선인지라 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어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오는 길에 내 패배의 원인이 ‘노트북’(연장)때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안되니까 연장 탓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원고지에 적는 시간을 빼더라도 만일 노트북이 있었다면 퇴고의 시간을 훨씬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깝죽대고 있다. 내년에 노트북가져가서도 입선 못하면 뭐라고 깝죽댈고?

수필 책들을 읽어보니 작가선생님들께서 한편의 수필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 했거늘 이 글의 제목조차 ‘깝죽대다’이다.


그래, 그게 내 인격인게지.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당선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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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리지날U 2009/10/23 15:04 # 답글

    혹시 아직 기억하고 계실 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제가 휴대용 워드머신을 샀다고 한 말 ^^;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넷북'하고 비스무리한 건데.. 그거 얼마 못가서 다시 팔아 버렸습니다ㅎ
    뭐니뭐니 해도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물론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노트북 사셔도 실제로 티?나는 효과는 못보실 겁니다.
    (오히려 아주 높은 확률로 역효과가 날 겁니다;)

    다만, 그런 건 좀 있더구만요. 그 왜.. 정신적인 만족감 같은 거 있잖아요 ^^;
    '오- 나도 이제 갖출 건 다 갖췄어 ! 꿀리지 않아 !'하는 마음ㅋ
    근데 문제는 그 만족감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고, 실제 글쓰기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거 !






    여기서부터는 사족.

    - 아, 그리고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트러블이었는데..
    첨에 그 기계덩어리를 비싼 돈 주고 장만했을 때 꼭 무슨 된장남이 된 것 같았거든요? ㅋ
    까페 같은 데 가서 우아하게 차 마시믄서 폼나게, 간지나게, 우월하게 글을 한 번 써보자 !
    ..근데 제가 그만 엄청 중요한 것을 망각했지 뭡니까 -ㅅ- 그걸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이 아닌 외부에서 글을 쓰려고 하니..............아놔; 도저히 안 써지는 겁니다ㅎㅎ
    제가 예민해서-특히 글 쓸 때-산만한 곳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던 거죠 -_-a
    게다가 전자기기라는 게.. 무슨 무슨 업데이트니 뭐니 해줘야 할 게 뭐 그리 많은지..;;
    결국 사용은 얼마 해보지도 못하고 용도폐기. 그나마 중고값을 잘 받아서 다행이었지만요ㅋ
  • eufamily 2009/10/23 18:13 #

    하지만, 확실히 시간 단축은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평상시에 원고지나 손으로 글을 잘 쓰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매번 시험때마다 운필력이 떨어져서 팔과 어깨가 아플지경. 농담같지만 길 글을 쓰려면 정말 그래요. 그래서 원고지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비싼 만년필을 선호하는 것도 효율성 측면에서이지 싶어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실제 글쓰기에는 제 내공이 부족했던 탓이 크겠죠. ^^
    생각해보니 이글루스에 글을 쓸때나 평상시 노트에 끄적거릴 때는 늘 생각이 차올라 넘칠때였으니까요.

    제시어를 딱 보고는 '멍~'하고 있었던 거죠.
    다음에 백일장에 갈 때는 (일급비밀? ㅋㅋ) 당시 차오르는 생각을 적되 제시어를 적용해야하지 싶어요. 제시어를 보고 생각이 차오르기 기다리기에는 역부족.
  • 언니다 2009/10/26 11:46 # 답글

    나다..과거시험 떨어진 사진은 뭐하러 올렸누...내가 등짝으로 너 다 가려서 일부러 올렸지...
    으...
  • eufamily 2009/10/26 17:51 #

    우리 옆자리 사람이 하도 바뀌어서 저런 순간이 있었나 싶다. 거의 끝나갈 때였나?

    암튼, 우리 내년에 다시 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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